디즈니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눈물은 저주의 마술이나 독약을 이기는 강력한 힘과 사랑을 지니고 있다. 눈물은 감정표현의 수단이면서 항상 눈을 촉촉히 적셔주는 습윤기능, 하루 수천번 깜박이는데 필요한 윤활기능을 한다. 또 이물질을 씻어내고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며 세균의 침입을 막는 등 안구표면을 깨끗하게 만들어 좋은 시력을 유지하는 역학을 한다.
그런데 이 눈물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자주 눈이 따갑고 시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안구건조증' 이다.

눈물은 100% 순수한 물이 아니며 3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 가장 바깥층인 지질층은 눈물의 증발을 방지하고 중간층인 수성층은 눈물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항균성 효소와 면역기능과 함께 대사, 윤활, 청소, 희석작용을 한다. 제일 안쪽의 점액층은 각막의 보습과 눈물막 유지기능을 한다.
안구건조증은 대부분 주변환경과 혼합된 원인 질환들로 생긴다. 눈물의 양과 질에 문제가 있거나 겨울철 바람불고 건조할 때, 밀폐된 실내에서 오래 근무하거나 공해가 심할 때, 온열기구 근처에서 장시간 머물때 심해진다.
특히 여성들은 폐경기로 호르몬이 줄거나 류머티스관절염, 아토피 같은 피부 전신질환이 있어도 증상이 심해진다. 눈물샘이 파괴되었거나 혈압약, 경구 피임약을 오래 사용해도 발생한다. 또 라식수술 후에나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쳐다봐도 눈물막이 파괴되어 안구가 건조해진다.
안구건조증은 눈을 콕콕 찌르는 듯한 아픔, 이물감, 가려움증, 쓰라림 등을 동반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뜨기가 힘들며 쉬 피로하고 햇볓에 눈이 부시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흔히 눈이 건조하면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안구건조증이 있어도 감정의 자극이 있으면 눈물은 쏟는다. 영화 '접속'에서 전도연이 한석규와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울어도 눈물이 없어요"라며 인공누액을 넣는 장면이 있다. 만일 정말 울어도 눈물이 없다면 이건 아주 심각한 경우다. 그러나 대개 안구건조증은 인공누액의 점안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심한 경우 눈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막아 눈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하는 '누점폐쇄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외에 눈물의 보존을 위해 실내온도를 낮추거나 가습에 유의하고 보호용 안경을 착용할 수도 있다. 눈물을 마르게 하는 안질환을 치료하거나 항고혈압제, 항우울제, 항위장성약, 항히스타민 등 약제의 복용을 삼가하는 것이 좋다.
'접속'의 전도연씨 같은 눈물이 아예 없는 경우엔 각막보호를 위해 상하 눈꺼풀을 일시적으로 묶는 수술이나 인공각막을 이식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비록 만성질환일지라도 잘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환경과 치료법을 선택,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빛안과 박건욱 원장,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